“휴우...” 벌써 몇 번째일지 새는 것조차 포기한 한숨을 내쉬고, 이미 내용물이 죄다 뱃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라 투명한 각얼음만 남겨진 유리잔 속에 덩그러니 담긴 빨대를 신경질적으로 빨았다. 당연히 약간의 물기와 공기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이나마 시원한 느낌이 머릿속으로 번져나가는 것 같았으니까. 오늘따라 유독 카페에 사람이...
바구니 밑바닥에 늑대가 흘리고 간 반팔티를 처박고, 그 위를 출입구 옆에 비치되어 있던 전단지 – 귀찮아서 아무도 쓰지 않는 포인트 제도를 설명하고 있던 – 몇 장을 주섬주섬 집어서 덮은 나는 건조기가 다 돌아가자마자 허둥지둥 빨래를 꺼냈다. 이미 돌아간 그 늑대가 혹시나 옷가지를 흘렸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오기라도 할까 그리 넓지도 않은 가슴을 마구 졸이...
치과 진료를 핑계로 황금 같은 금요일 오후 반차를 쓰고 평소보다 한참 이른 시간에 터덜터덜 집에 돌아온 나를 반겨준 건 활짝 열려 있는 옆집 현관문이었다. 어수선하게 어질러져 있는 옆집으로 척 봐도 힘 좀 쓰게 생긴 흑곰 인부들이 들락거리면서 커다란 가구들을 부지런히 나르고 있는 모습이 그 뒤를 이었고 말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대충은 짐작할...
연구소 측에서 제공해 준 옷으로 갈아입고 잠시 침대 위에 앉아 있으려니 갑자기 문을 가볍게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쭈뼛쭈뼛 나가서 열어준 문 앞에 서 있던 건 정문 앞에서 봤던 그 도베르만 경비원. “점심 배달 왔습니다.” 그는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톤으로 말하면서 한쪽 손에 쥐고 있던 하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어디서 도시락이라도 사서 온 모양이었는데,...
“여기, 이쪽으로...” 305호실을 나서서 복도를 앞장서 걷는 곰 연구원과 그 뒤를 쭈뼛쭈뼛, 캐리어를 질질 끌고 뒤따르는 나. 그는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 복도를 약간 빠른 걸음으로 주파하더니 이윽고 내가 아까 지나왔던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채 몇 걸음도 내려가기 전에 캐리어를 두 팔로 끌어안고 낑낑대는 나를 흘끔 돌아...
마침 이번 주가 기말고사였고, 나는 오늘, 그러니까 목요일을 마지막으로 모든 과목을 끝마쳤기 때문에 더 거리낄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 책임연구원인지 뭔지 하는 사람과 내일 오전 10시로 약속을 잡고, 황급하게 방으로 돌아간 나. 퇴소를 대비해서 어제부터 슬슬 정리해 놨던 짐은 내일 나갈 때 갈아입을 옷가지를 빼면 전부 캐리어 하나에 잘 갈무리되어 들어가 ...
“씨팔...” 기숙사동 비상계단 난간에 삐딱하게 기대어 선 채로 뿌연 하늘을 올려다보던 나는 차게 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스르르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살짝 오므려진 손바닥에는 전화가 끊어진 지도 한참 돼서 이미 화면이 시꺼멓게 꺼져 있었던, 액정에 커다란 금이 한 줄 간 핸드폰만이 덩그러니. “누군 대학 두 번이나 다니고, 나는... 씨.” 그야말로 총체적 ...
furry m/m writer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